‌3장, 늙은 기사의 광시곡


‌제 3장. 늙은 기사의 광시곡.

잊려진 도시에 다녀온 이후 무료해진 하루하루를 보낼 것 같기도 했으나 예상은 엇나갔다. 미치광이 살인자 시리우스 블랙이 탈옥해 학교에 침입했고, 신화 속 이야기들을 자신의 기억처럼 말하며 도움을 청하는 이상한 유령도 마주하게 되어버린 것이다. 올해가 광인을 만나기 쉬운 해였던가?

아이들은 결국 기사 유령의 협박과 회유를 받아들여 학교를 샅샅이 돌아보았다. 그리고 그렇게 건진 진실의 편린은, 기사의 주장과는 많이도 어긋나 보였다. 역시나 미친 기사인 탓일까. 측백나무의 숲 가지들은 그에게 피상적인 행복과 안도 대신 진실을 알려주었다. 그것이 옳다 여겼기에.

신화 하나. 그리스 로마 신화의 파리스와 오이노네.
신화 둘. 아서왕 전설의 가레스와 랜슬롯.
신화 셋. 길가메시 서사시의 엔키두.

모두가 어딘가 드미트리의 생애와 관련되어 있었다.
연인을 배반하고 가문에서 짝지어 준 약혼자와 혼인했고, 신뢰하고 존경했던 선배에게 죽임을 당했으며. 그 원인이 된 것은 절친한 친우를 죽음에서 되살리기 위함이었다는 기사의 생애와. 그가 그렇게 미쳐버린 것은, 또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니었을까?

"해가 바뀌기 전, 다가올 위험이 있을 지어니..... 하나는 용맹으로 막을 수 있을 것이나 다른 하나는 멈출 수 없는 어둠일 지어다."

너무나도 애매하고 또 난감한 예언의 말. 어느새 유령은 사라져 있었다.

드미트리는 안식을 찾았을 것인가?
우리는 알 수 없으나 기사는 떠났다. 그의 별을 향하여.

이제 아이들에게 다가올 장의 주제는 위험, 준비해야 할 시간이다.